전주한옥마을을 찾은 방문자들은 저마다 거는 기대들이 있을 것입니다. 고풍스러운 한옥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 찍기, 고즈녁한 분위기에서 산책하고 차 한잔 하기, 전통 한옥을 체험해보기 등.. 하지만 누구나 공통적으로 갖는 기대는 바로 '음식'에 있겠죠. 전주 사람이 아닌 저같은 외지인이 보기에 전주의 음식은 같은 음식이라도 더 맛이 있을 것 같은 환상이 있거든요. 특히 비빔밥 한 가지만 시켜도 반찬이 수십가지라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들어왔기 때문에 전주에서 먹는 한식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전주에 도착하고 나서 이 기대감은 금새 깨지고 말았어요.
겨울이라 한옥마을을 산책하고 다니기엔 좀 추운 날씨이긴 했어요. 아기도 있고, 다들 배가 고프기도 해서 산책을 하던 중에 음식점 같은데 들어가서 뭐라도 먹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때 우리의 눈에 띈 음식점이 바로 '고궁 수라간' (부제 : 전주비빔밥전문 1973) 이었죠.
사실 조금 걱정도 있었어요. 이곳은 전주의 대표적이자 거의 유일한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 내에 있었기 때문이예요. 관광지안에 있다는건 그 지역색 보다는 장삿속만 있게 마련이기 때문인데, 일행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저는 "아냐~ 그래도 여긴 전주잖아. 여기선 어딜 가나 기본은 할거야~" 라고 말하고 힘차게 앞장서 들어갔습니다.
바깥에 있던 고궁수라간의 메뉴판이예요.
전주비빔밥이 조선의 3대 음식? 누가 뽑은건진 모르겠지만 맛만 있으면 다 용서가 되겠죠?ㅎㅎ
점심시간이었지만 추워서 그런지 바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대기인수를 나타내는 전광판이 있었어요. 실제로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갖다 놓은건지, 아니면 인기있는 집인 '척' 하려는 마케팅 수단인지.. 전주한옥마을을 처음 와보는 사람이라 잘 모르겠군요.
자리에 앉자 갖다준 '콩나물물'(콩나물 국..까지는 아닌것 같다)은 시원하지도, 뜨끈하지도 않은 미지지근한 온도를 나타내고 있었고 콩나물 물 맛이었어요.
자리에 앉고 나서 나온 밑반찬 들이예요. 밑반찬은 딱 두 가지였어요. 위에것이 뭔지 모르겠는데 처음 보는거라 우선 합격점을 줬어요. (난 처음보는건 무조건 합격ㅋ) 겉절이도 먹을만 했습니다.
이건 각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는데 '박병학 전주비빔밥 쇠고기 볶음 고추장' 이라고 써있네요. 꽤 매콤한 맛이었는데... 뚜껑을 열자 안에는 다른 손님들의 숟가락에서 묻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밥풀과 콩나물이 고추장과 함께 버무려져 들어 있었어요. 앞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순간 몹시 민망하여 얼른 뚜껑을 닫았습니다ㅠ
우리는 3가지 메뉴를 주문했어요. 위의 비빔밥이 바로 '전주육회비빔밥' 이고 '전주전통비빔밥' 과 '뚝불고기비빔밥'을 주문했어요.
전주전통비빔밥 - 놋그릇에 담겨있어 보기엔 좋죠?
'뚝불고기비빔밥'
육회비빔밥을 한 숟갈 뜬 모습. 이런 사진을 찍은걸 보면 당시까지 기분은 괜찮았나봐요.
하지만 육회비빔밥, 전통비빔밥, 뚝불고기비빔밥 모두 맛은 특별한 점이 없었어요.
제 생각엔 음식점은 맛이 있건 없건 저마다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가게는 그런 개성이 전혀 없었죠. 다른지역 다른음식점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맛이고, 집에서 남은 반찬들을 쏟아 부어 비벼먹는 비빔밥하고 비교하면... 음, 그것보다 맛이 있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을 거예요.
우선 오늘은 맛없는건 둘째로 칩니다. 더 큰 문제들은 다른데에 있었거든요.
바로 이 밥에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뚝불고기비빔밥의 쌀밥은 안익었더라구요. 이걸 드신분은 장모님인데 드시면서 자꾸 "딱딱하다"라고 하시는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대체 뭐가 딱딱하다고 하시는거지' 했는데.. 그게 쌀일줄은 추호도 생각을 못했네요.
약 20년 전에 (헐.. 제 나이 나오는군요;) 군대에서 밥을 먹을때 아주아주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설익은 밥이 나올 때도 있긴 했어요. 찜기에 찌는식으로 만드는 밥인데 더럽게 맛이 없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 제 앞에 있는 밥이 20년만에 처음으로 맛보게 되는 그 군대의 설익은 밥 맛이었어요. 아니, 그보다 더 딱딱했네요.
종업원분을 불러서 맛을 보게 했더니 한 입 먹자마자 깜짝놀라 너무 죄송하다며 다시 해다 드리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일행에게 이렇게 얘기헀습니다. "아마 밥통이 고장났나봐. 요즘 세상에 설익은 밥이 어디있어.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그 '밥통이 고장날 시간'에 우리가 왔나봐." 라고 말했어요.
밥을 다시 해서 갖다 주셨어요. 그때 이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고 난 뒤였기 때문에 장모님 혼자 다시 드셔야 했어요. 숟가락도 젓가락도 모두 다 치워주셨기 때문에 다시 새 숟가락을 꺼내서 장모님께 드리려는데...
숟가락통에서 꺼낸 숟가락엔 이렇게 김이 잘 붙어 있었습니다.
다른 손님께서 비빔밥을 드시면서 붙은 김들인 것 같은데... 설겆이가 잘 안됐네요.
이 숟가락을 보자마자 '아, 실수가 아니구나.. 이 음식점의 수준이구나' 라는걸 확실히 직감했습니다.
더군다나 다시 갖다준 비빔밥의 밥도 역시 설익은 밥 이었습니다.
전주비빔밥 전문점이라고 써있었는데.. 설익은밥 전문점이었나봐요ㅠㅠ
종업원 분은 이번에도 죄송하다고, 또 다시 밥을 지어 갖다 주겠다고 하셨지만.. 그러면 너무 많은 시간이 지체되고, 게다가 이미 밥맛도 떨어져서 아무리 맛있는걸 갖다 주셔도 먹을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이건 환불해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말씀드렸고 뚝불고기비빔밥은 계산을 하지 않았어요.
모두 기분이 상했고 입맛도 사라졌지만, 나가는 길에 이렇게 과자를 주시더군요. 원래 조그만 친절이나 선물을 받아도 그 리뷰는 '트루리뷰'가 될 수 없습니다. 인정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거든요. 저도 이 과자를 받아서 제 평소 스타일대로 강하게 쓰진 못했지만 있었던 일만 다 솔직하게 가감없이 썼습니다. 과자..받았지만 이 글도 트루리뷰로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맛 ★
그냥 비빔밥 입니다. 맛과 재료, 방식에서 어떠한 인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2가지 밖에 안되는 밑반찬과 급하게 내오느라 밥도 익히지 못한 것을 보면 비빔밥을 '패스트푸드'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설익은밥은 요즘같이 밥통들이 잘 나오는 시대에 참으로 맛보기 힘든 메뉴가 아닌가 합니다.
서비스 ★★
직원들이 특별히 저희에게 불친절하게 대하신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설겆이가 덜 된 식기의 비위생적인 문제는 여기에 '위생'란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에 묶어서 평가하겠습니다.
※ 다음 리뷰부턴 위생도 따로 평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테리어 ★★★
한옥이라 외견상 기본은 하지만 바깥에서 보기 보다는 좁고 답답합니다.
가격 ★★
관광지 중심에 있다보니 관광지 가격인 것 같습니다. 저같은 외지인, 관광객이 보기엔 잘 모르겠지만 현지인이라면 비싸다고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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