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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기장

도심속 쓰레기나무 - 슈즈트리 : 냄새나는 쓰레기를 보며 예술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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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발 쓰레기와 냄새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바로 서울역에 새로 완성된 '서울로'라는 육교 옆에 설치된 '슈즈트리' 이야기이다.


위험하여 철거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차도를 박원순 시장이 뉴욕에 있는 '하이라인파크'처럼 만들겠다고 하며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평범한 육교가 완성되었고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1억 4천만원을 들여 만든 설치예술 작품이라고 한다.






이것을 만든 황지해 작가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헌 신발들이 냄새 나고 더럽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저 신발들이 하나하나 꽃송이처럼 보여요."





그런 꽃송이들을 궂이 진짜 꽃송이들로 장식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게 얘기한 황지해 작가의 눈에도 사실은 더럽고 냄새나게 보였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작품활동 중에는 이렇게 위선적이고 모순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이런 얘길 하면 갑자기 진중권 같은 사람이 나타나..


"니네가 예술에 대해 뭘 알아? 똥이든 꼬랑내나는 신발이든 먹여주는대로 그냥 쳐먹기나 해." 라고 독설을 내뿜을 것 같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초큼... 무섭다ㅎㅎㅎㅎ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진중권씨는 깨끗하고 쾌적한 동네에 사셔서 이런 작품을 볼 기회가 별로 없으셨던 것 같은데, 서울역에 살았던 나는 노상방뇨나 노상방분과 같이 보기 힘든 행위예술이나 냄새나는 똥 작품들을 사무실 복도와 길에서 흔하게 봤었다. (왜 우리 사무실 건물로 들어와 화장실도 아닌 복도에 똥을 싸놓고 가시는지.. 그때 싸고 가셨던 노숙인 분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진도 많습니다.)


예술은 환경미화가 아니라고?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 경우엔 틀렸다.


똥이든 음식물쓰레기든 폐신발이든 무엇으로 작품활동을 하건 그런걸 뭐라고 하진 않는다.

예술 작품에 순기능이 없다고 타박할 생각도 없다. 


나는 통행 인구가 많은 부적절한 장소에 부적절하게 규모가 큰 더러운 작품을 설치함으로서 다수에게 이 그로테스크 한 작품을 보고 냄새 맡게 하는 그 '강요' 자체가 문제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역은 수많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왕래하는 길이라 환경악화 예술 보다는 환경미화 예술이 더 필요한 공간이다.


서울역의 지저분한 이미지를 생각해도 이런 외양의 작품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

서울역은  더럽다고 인상찌부리게 하는 작품 보다는 보고 감명을 받고 기분을 전환시키게 해주는 작품이 더 적절하다.


궂이 이런 작품이 필요했다면 이런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집이나 정해진 장소에 설치하여 똥냄새든 음식물쓰레기 냄새건 꼬랑내건 원하는 사람들만 마음껏 들이키게 해야 하는 것이지 이런걸 원치않는 시민들에게 강제로 보고 강제로 냄새를 맡게 했다는 것은 그 어떤 말로도 변명이 불가능하다.


혹시 이게 애초부터 더러운 외양과 냄새로 괴로워하며 욕하는 시민들을 구경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이 슈즈트리라는 작품은 매우 큰 작품이다.

대형 작품을 좋아한다는 황지해 작가 스타일이라는데...

무려 3만켤레의 냄새나는 헌 신발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이름은 트리인데 전혀 나무처럼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육교위에서 쓰레기가 폭포처럼 터져 흘러 나오는 모습으로 설계되어 있다.

폭포처럼 만들어놓고 왜 나무라고 불렀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모양이 박원순 시장의 유일한 업적인 '육교'를 조롱하는 느낌까지 든다.





아무리 수많은 LED를 동원해 덮어도...




예쁜 꽃으로 가려도...




예쁜 들풀들로 장식해도...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고 냄새도 그대로였다.


뉴스 기사에서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방충제와 방향제를 열심히 뿌리고 있다고 했는데..

냄새는 그대로 났다.






사실은 최대한 이쁘게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이라 이뻐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보면 경악이다ㅎㅎㅎ





쓰레기 더미에 갇혀 계시는 강우규 의사님...

죄송합니다ㅠㅠ






못사는 나라로 가서 좋은 일에 쓰일 수도 있었던 3만 켤레의 신발들...

이 작품으로 인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가 되었다.


폐기하는 비용도 꽤 들 것 같다.





이렇게 쓰레기 터널도 있었다.





이 터널을 지나가면 그 '냄새'를 제대로 맡을 수 있다.





LED와 식물들로 예쁘게 장식을 했는데...

냄새 때문에 욕이 튀어 나왔다.


터널을 지나는 젊은이들의 입에서도 비슷한 욕들이 튀어 나왔다.


사실 요즘의 서울은 그간 보기 힘들었을 정도로 쾌청한 좋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 수치도 '좋음'을 보이고 있을 정도이다. 올해들어 최고이다.


이 깨끗한 공기와 파란 하늘의 원인이 알고보면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데 이렇게 바람 많은 날씨라 다행이지... 바람이 잘 안부는 날이었다면 3만 켤레의 헌 신발들이 내뿜어내는 냄새가 서울역 전부를 뒤덮을 정도로 강력했을 것이다.





이 슈트트리라 부르는 쓰레기 폭포 뒤에는 이런 흉물스러운 철제 구조물이 있었다.

신발의 어마어마한 무게를 버티게 하기 위해 만든 것 같았다.





헌 신발들은 육교위까지 닿아 있었다.





이 신발쓰레기 설치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황작가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대중의 관심이지 굳이 '찬사'가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편이 해외토픽감으로 더 적당하기 때문에 작가의 커리어에는 매우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에게는 의미가 다를 것이다.

지금쯤 속으로 황작가를 많이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ㅎㅎ


나는 이 쓰레기더미 옆에서 5분 정도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던지는 얘기들을 들어봤다.


좋은 얘기를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보통 젊은 사람들은 욕을 많이 했다.


욕은 제외하고 시민들의 이야기들만 몇 가지 뽑아 보겠다.



"아우 꼬랑내... 이게 작품이야?"


"이게 뭐야. 서울역 노숙자들을 형상화 한건가?"


"노숙자 이미지의 서울역과 아주 잘 맞는 작품이네. 냄새도 똑같고..."


"이거 만들 돈으로 노숙자들 밥이나 챙겨주지 이게 뭐하는 짓꺼리야?"


"얘기는 들었지만.. 와보니 정말 '헐'이네ㅋㅋㅋㅋ"


"외국인들한테 쪽팔린다. XX"



노숙자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서울역이 국내 최대의 노숙자 집결지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날의 같은 장소.


역시 지나가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행위예술가들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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